

나를 밀어내줘, 부탁해.
동 트는 새벽, 그렇게 마지막 날이 돼버렸다. 제 첫사랑은 이렇게 끝날 것 같았다. 다 내 탓이지, 응. 혼자서 저 자신을 한탄하고 또 한탄했다. 이제는우리도 끝이겠지.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것도, 네가 내게 장난을 치는 것도. 제 볼을 감싸 쥐고 장난스레 웃던 네 모습까지도 이제는 더 이상 못 볼 거야. 마음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. 더 이상의 감정 소모는, 하고 싶지 않아. 당분간은 힘들지라도 시간이 해결해주리라고 믿었다. 잘 안될 거란 건 제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. 끝까지 나는 나 자신을 외면했다.
너와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. 사실은 이때에 조금은 제 감정을 드러냈을지도 모른다. 깊숙이 숨겨온 감정이,억눌렀던 게 울컥, 하고 터져버려서 아주 조금은 네가 눈치챘을지도 몰라. 이제는 갈 때가 됐다는 네 말에 눈물이 벅차오를 것만 같았다. 너는,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?
할 말이 없냐는 네 말에 제 속마음을 털어 놓아 버릴 것만 같았다. 널, 좋아한다고. 사랑한다고. 가슴속에 가둬놓고선 글쎄,라고 애매한 대답을 네게 남겼다. 너는, 뭐 하고 싶은 말 없어? 제 초라한 되물음이었다. 네가 날 좋아할 리는 없으니까. 이거는 일방적인 짝사랑이니까 기대는 하지 않아. 그저, 네가 나와 있어 재미있었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해.
저와 같은 애매한 대답. 재미있었단 네 말에 마음이 쓰라렸지만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. 평소처럼, 장난스레 네가 그것밖에 할 말이 없냐고 되물었다. 다른 하나의 말이 있단 네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. 내가, 싫었던 걸까. 내 욕인 걸까 싶어 멋쩍게 웃었다. 계속 장난스레 네 비밀을 물으려 했다. 겁이 났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만큼은 제 현실을 직면하고 싶었다. 싫다면, 싫었다고 말해준다면 혹시 너를 더 빨리 잊을 수 있을지도 몰라. 그러니까, 네 할 말을 알려줘. 계속해서 네게 물었다. 제 볼을 만지는 네 손길이 미웠다. 얼른, 날 밀어내 줘. 내가 널 잊을 수 있게. 오늘까지만 너를 좋아할 수 있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