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
너는, 머뭇거렸다. 나는 준비가 돼있어. 아니, 애초에 준비할 것도 없었지만.네 입술이 떨어지고 그토록 듣고 싶었던 네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. 부정적인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고 바랐다.
" 내가 너 그.. 좋아한다고. "
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. 눈을 느릿하게 껌뻑였다. 그리고서는 너를 쳐다봤다. 네가 제게 잘못 말했나 싶어 아랫입술을 꾹, 깨물었다. 너무 이 상황이, 감정이 벅차 올라 입술에 피가 맺혀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. 그래서, 그래서 네게 되물었다. 그 말에 좋아한다고 대답해주는 네가. 이 상황이 믿어지질 않았다. 혹여 제 자신이 오해하는 게 아닐까 싶어 네게 물었다. " 무슨의미로, 날 좋아하는거야?"
볼에 열이 차올랐다.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. 제 표정을 감출 수도 없었다. 꽤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지도 몰라, 나.
" 당연히 좋아하고, 그... 사랑한다는 의미야. "
제 자신을 쳐다보는 널 넋 놓고 쳐다보다가 아무 말없이 너를 끌어안았다. 따뜻했다. 차가운 바람이 제 주위를 맴돌았지만 이상하게도 네 품은 따뜻했다. 그리고선 너를 쳐다봤다. 나, 너무 행복해서 울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.
" 나도, 너 좋아해. "
네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, 아기처럼 웅얼거리듯 네게 말했다. 백일몽 같았다. 이 모든 것이. 지금 내가 처해있는 이 상황조차도. 그간 쓰라리고, 복잡했던 제 심정이 단몇 분 만에 정리됐다. 외면했던 모든 것이,
지금 이 순간도. 너도 고마워, 그리고 사랑해.
귓부리를 물고 속삭였지
하늘 귀퉁이 한 뼘 내줘, 죽도록 필게
(나도 꽃으로, 유영금)